금융&재테크 공부/자동매매 일지

주식 자동매매 실전 후기 — 백테스트 수익률을 믿었다가 배운 것들

우베르 2026. 5. 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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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자동매매 실전 후기 —
백테스트 수익률을 믿었다가 배운 것들

1,000만원 시작 원금
+22.3% 최고 수익 (4/10)
-1.1% 최종 수익 (5/6)
 퇴근하고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켰다. 알림이 와 있었다. "OPEN_LONG 삼성E&A — 52,300원 × 9주". 내가 직접 주문을 넣지 않았는데, 내 계좌가 알아서 주식을 사고 있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는데, 내 돈이 움직였다. 신기함 반, 두려움 반. 이게 자동매매의 첫 느낌이었다.

나는 직장인이다. 오전 9시는 업무 준비로 정신없는 시간이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도 주식 앱을 열 여유가 없고, 업무 중에 폰을 꺼내 차트를 들여다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개별 종목 매매는 포기하고, S&P500이나 나스닥 ETF를 매달 적립식으로 사는 방법을 택했다. 신경 쓸 것도 없고, 그냥 자동이체 걸어두면 되니까. 그렇게 몇 년을 버텼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자꾸 아쉬웠다. ETF 적립식도 나쁘지 않은데, 좀 더 능동적으로 시장을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개별 종목에 기회가 보여도 손을 쓸 수 없는 현실이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이었다. "내가 규칙을 정해두면, 컴퓨터가 대신 실행해 줄 수 있지 않을까?" 반년 가까이 파이썬과 증권사 API를 공부했고, ATR 기반 추세추종 전략 하나를 코드로 구현했다. 백테스트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2026년 4월 6일, 1,000만 원을 모의투자 계좌에 넣고 봇을 켰다. 이 글은 그 약 한 달간의 기록이다. 수익 자랑 글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처음 사흘, 모든 게 계획대로였다

4월 6일과 7일, 봇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매수 신호가 없었으니까. 전략이 진입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람이었다면 "뭔가 사야 하지 않을까"라는 조급함에 괜한 종목에 손을 댔을 것이다. 봇은 그냥 기다렸다.

4월 8일, 드디어 움직였다. 봇이 첫 두 종목을 매수했다. 삼성E&A02805052,300원에 9주, GS건설00636037,300원에 13주. 포지션마다 ATR로 계산한 손절가와 다음 피라미딩 가격이 자동으로 설정됐다. 삼성E&A의 손절가는 45,091원, 다음 매수 가격은 55,503원이었다. GS건설은 34,159원에서 손절, 38,695원에서 추가 매수. 이 숫자들을 내가 직접 계산했다면 틀렸거나, 귀찮아서 대충 잡았을 것이다.

4월 9일엔 대우건설047040이 추가됐다. 22,650원에 22주 진입한 뒤, 같은 날 오후 24,050원에 20주를 더 매수하는 피라미딩까지 실행됐다. 하루에 진입과 추가 매수가 동시에 일어나는 장면을 처음 보면서,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다는 게 실감됐다. 총자산은 1,190만 원.

4월 10일, 휴스틸005010과 DL이앤씨375500까지 편입되며 포지션이 5개로 늘었다. 총자산 1,223만 원. 원금 대비 +22.3%, 시작한 지 사흘 만의 일이었다.

"이거 생각보다 너무 잘 되는 거 아닌가? 이 속도면 한 달에 두 배도 가능한 거 아닌가?"

그 생각이 든 바로 다음 날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시장은 내 기대를 아랑곳하지 않았다.

 

4월 15일, 하루 만에 750만 원대로

4월 10일 이후 나흘간 총자산은 조금씩 내려왔다. 12일 1,121만, 14일 998만. 이익이 반납되고 있었지만 그래도 원금 수준이었다. "전략 특성상 이런 구간도 있겠지"라며 버티고 있었다.

그런데 4월 15일을 보고 나서 말문이 막혔다. 총자산 746만 원. 전날 998만 원에서 하루 만에 250만 원이 사라졌다. 포지션은 대한광통신010170 하나만 남아 있었다.

로그를 뜯어봤다. 그날 대한광통신에 20,950원으로 진입했다가 19,040원에 당일 손절이 발동됐다. 손실은 -31,154원. 이 정도 손실로 250만 원이 증발하지는 않는다. 진짜 이유는 다른 포지션들의 평가손이었다. 삼성E&A, GS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 네 종목이 일제히 내려앉았고, 봇은 손절가에 닿지 않았으니 그냥 보유했다. 전략대로라면 맞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냥 손실이 쌓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참고 — 평가손과 실현손실의 차이

아직 팔지 않은 포지션의 손실은 '평가손'이다. 가격이 다시 오르면 사라진다. 봇이 보유를 유지한 건 이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의 눈에는 총자산 숫자로만 보이기 때문에, 746만 원이라는 숫자는 심리적으로 강한 타격을 준다.

그날 저녁 봇을 끄려고 했다. 진지하게. 손가락이 "종료" 버튼 위에 가 있었다. 하지만 멈췄다. '전략을 백테스트할 때 이런 구간도 있었잖아. 여기서 끄면 그냥 손실 확정이다.' 그 생각 하나로 버텼다.

자동매매의 가장 큰 적은 시장이 아니라 내 손이었다. 끄고 싶다는 충동, 그게 진짜 리스크였다.

 

 

봇은 멈추지 않았고, 시장도 돌아왔다

끄지 않았다. 4월 16일, 봇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GS건설과 삼성E&A의 포지션을 재정비했다. 가격이 일부 회복되면서 평가손이 줄어들었고, 4월 20일 총자산은 1,003만 원으로 올라섰다. 불과 닷새 만에 746만 원에서 1,003만 원으로. GS건설 피라미딩이 실행되면서 포지션이 더 강화됐다. 봇이 옳았다. 내가 틀렸다.

4월 20일 이후 봇은 계속해서 새 종목을 찾았다. 대한광통신010170이 꾸준히 피라미딩을 이어갔고, 4월 23일에는 또 다른 종목이 추가됐다. 포트폴리오는 점점 건설·소재 계열 중심으로 굳어져 갔다. 삼성E&A, GS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대한광통신, 대원전선006340, 세아메카닉스396300까지. 전략이 신호를 냈으니 따랐지만, 뒤돌아보면 이 쏠림이 이후 문제의 씨앗이었다.

흥미로웠던 건 봇이 작동하는 방식이었다. 사람이라면 "이 종목 좀 더 오를 것 같은데" 하고 버티거나, "이제 팔아야 하지 않나" 하고 고민할 텐데, 봇은 그런 게 없었다. ATR이 계산한 숫자가 나오면 더 샀고, 손절가에 닿으면 팔았다. 군더더기가 없었다. 처음엔 그게 불안했는데, 4월 20일 회복 이후엔 오히려 그 점이 안심됐다.

5월 4일, 스톱로스 폭탄이 한꺼번에 터졌다

5월 4일은 이 한 달 중 가장 많은 일이 몰린 날이었다. 로그에 찍힌 거래 건수만 7건. 아침부터 알림이 쏟아졌다.

GS건설006360 손절. 진입가 38,356원, 매도가 35,350원, 104주. 손실 -320,442원. 보유 기간 24일, 피라미딩 2회까지 진행했던 포지션이었다. 뒤이어 DL이앤씨375500 손절. -80,428원. 그리고 삼성E&A028050 손절. -3,911원. 세 종목이 거의 동시에 스톱로스에 걸렸다. 하루 총 손실 -404,781원.

봇은 흔들리지 않았다. 손절이 터지자마자 곧바로 대원전선006340과 세아메카닉스396300 진입 주문을 냈다. 죽은 포지션 자리에 새 포지션을 바로 넣는 것이다. 규칙이 그렇게 돼 있으니까. 심지어 대한광통신 피라미딩도 그날 실행됐다. 손실 40만 원을 기록한 날 추가 매수까지 하는 것이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 이상하게 안도감이 들었다. 내가 직접 트레이딩했다면 그날 공황 상태였을 것이다. 세 종목이 손절되는 걸 보면서 남은 포지션도 전부 청산하고 싶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봇은 아무렇지 않았다. 오늘 세 개 잃었으니 내일은 더 잘 될 것 같은 새 두 개를 샀다. 감정이 없었다. 그 냉정함이 무서우면서도 부러웠다.

사람이 트레이딩을 못하는 건 전략이 없어서가 아니라, 전략을 끝까지 지키지 못해서다. 봇은 그걸 알고 있었다. 나는 몰랐다.

 

 

한 달이 지나고 남은 것들

5월 6일 기준 총자산 989만 원. 최종 수익률 -1.1%. 숫자만 보면 실패다. 하지만 이 한 달이 완전한 실패였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첫째, 규칙은 감정보다 강해야 한다는 것을 몸으로 배웠다. 4월 15일 746만 원을 보며 끄려 했을 때 참았기 때문에, 4월 20일 1,003만 원 회복을 볼 수 있었다. 반대로 5월 4일 손절 폭탄 이후에도 봇이 새 포지션을 연 건 '다음 기회'를 포기하지 않은 것이다. 인간이라면 그날 모니터를 닫았을 것이다.

둘째, 섹터 집중 리스크는 생각보다 훨씬 크다. 5월 4일 세 종목이 동시에 손절된 건 모두 건설·소재 계열이었기 때문이다. 시장 전체가 흔들리면 같은 섹터 종목은 함께 흔들린다. 전략이 좋은 신호를 냈더라도, 포트폴리오 전체가 한 방향으로 쏠려 있으면 리스크가 배가 된다. 다음엔 섹터 분산 조건을 전략에 추가할 것이다.

셋째, 모의투자도 심리 훈련이 된다. 진짜 돈이 아닌데도 746만 원이라는 숫자를 보며 손이 떨렸다. 1,000만 원이 실제 돈이었다면 그날 이미 끝났을 것이다. 이 경험을 먼저 해봤기 때문에 실전에서 비슷한 구간이 와도 조금은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그것만으로도 한 달이 충분히 값졌다.

자동매매는 감정을 없애는 게 아니다. 감정이 끼어들 틈을 줄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 틈을 줄이는 게,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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