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일- 나태주 - 1오늘도 하루 잘 살았다.곱은 길은 굽게 가고곧은 길은 곧게 가고 막판에는 나를 싣고가기로 되어 있는 차가제시간보다 일찍 떠나는 바람에걷지 않아도 좋을 길을 두어 시간땀 흘리며 걷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나쁘지 아니했다걷지 않아도 좋을 길을 걸었으므로만나지 못했을 뻔했던 싱그러운바람도 만나고 수풀 사이빨갛게 익은 멍석딸기도 만나고해 저문 개울가 고기비늘 찍으러 온 물총새물총새, 쪽빛도 보았으므로. 이제 날 저물려고 한다길바닥을 떠돌던 바람도 잠잠해졌고새들도 머리를 숲으로 돌렸다오늘도 하루 나는 이렇게잘 살았다. 2세상에 나를 던져보기로 한다한 시간이나 두 시간 퇴근버스를 놓친 날 아예다음 차 기다리는 일을 포기해버리고길바닥에 나를 놓아버리기로 한다 누가 나를 주워가줄 것인가만약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