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오늘도 하루 나는 이렇게 잘 살았다.

우베르 2020. 12. 3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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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일

- 나태주 - 

1

오늘도 하루 잘 살았다.

곱은 길은 굽게 가고

곧은 길은 곧게 가고


막판에는 나를 싣고

가기로 되어 있는 차가

제시간보다 일찍 떠나는 바람에

걷지 않아도 좋을 길을 두어 시간

땀 흘리며 걷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나쁘지 아니했다

걷지 않아도 좋을 길을 걸었으므로

만나지 못했을 뻔했던 싱그러운

바람도 만나고 수풀 사이

빨갛게 익은 멍석딸기도 만나고

해 저문 개울가 고기비늘 찍으러 온 물총새

물총새, 쪽빛도 보았으므로.


이제 날 저물려고 한다

길바닥을 떠돌던 바람도 잠잠해졌고

새들도 머리를 숲으로 돌렸다

오늘도 하루 나는 이렇게

잘 살았다.



2

세상에 나를 던져보기로 한다

한 시간이나 두 시간


퇴근버스를 놓친 날 아예

다음 차 기다리는 일을 포기해버리고

길바닥에 나를 놓아버리기로 한다


누가 나를 주워가줄 것인가

만약 주워가준다면 얼마나 내가

나의 길을 줄였을 때

주워가줄 것인가


한 시간이나 두 시간

시험 삼아 나는 세상 한복판에

나를 던져보기로 한다


나는 달리는 차들이 피해가는

길바닥의 작은 돌멩이.


- 나태주, <너도 그렇다>시집 중에서 -



다시는 오지 않을 오늘과 다시 갈 수 없는 이 길이 내가 원하는 길이 아니더라도 그곳에서 만나는 긍정적인 부분들을 찾아내며 나의 마음을 긍적적이고 즐겁게 마무리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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